Sea Story

물빛동화

“찾았다, 섬 마법사!”

  • · 윤진아
  • 그림 · 서영현

#1

“끼룩끼룩!” “쏴아~”

왼쪽 귀로는 ‘쏴아’ 하는 파도 소리가, 오른쪽 귀로는 ‘끼룩끼룩’ 갈매기 소리가 바람처럼 밀려 들어와요.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섬 여행에 나선 날! 항구에 도착하니 여객선이 마치 커다란 고래처럼 입을 쩍 벌리고 기다리고 있어요. 멋진 승무원 아저씨들의 안내를 받으며 두근두근 배 위로 발을 내디뎌요. 배를 처음 타보는 해운이 마음이 두둥실 떠올랐어요.

“출발한다아~”

뱃고동 소리가 힘차게 울려 퍼지고 배가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짭조름한 바닷바람이 콧구멍을 간질이자 여행이 시작됐다는 게 실감이 나요.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을 보니 가슴이 뻥 뚫린 것처럼 시원해졌어요. 육지와 점점 멀어지며 배의 꽁무니가 만들어내는 하얀 거품이 꼭 구름 같기도 하고 비눗방울 같기도 해요. 파도를 타고 흔들리는 몸에 균형을 잡고 있자니, 진짜 바닷속 모험이 시작된 것 같아요.

#2

“와~ 바다 한가운데엔 새들이 정말 많잖아?!”

멋진 깃털을 뽐내며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갈매기가 조금은 부러웠어요. 코앞에서 바라본 갈매기는 상상보다도 훨씬 멋진 모습이에요. 갈매기가 노란빛을 띤 녹색의 긴 다리를 가졌다는 것도, 물갈퀴가 달린 발이 아주 날렵하다는 것도 해운이는 오늘 비로소 알게 됐어요.

마침내 배가 섬에 닿자, 바다와 어우러진 봄꽃들이 하늘하늘 나부끼며 어서 오라고 손짓해요. 작고 예쁜 섬마을과 하얀 모래사장,
알록달록 풀들이 모여 거대한 꽃밭을 만들어놓았어요.
어여쁜 봄날의 색들이 지금 섬 안에서 가장 화려하게 피어나고 있대요.
마치 섬 전체가 커다란 요술상자이고, 바닷바람이 마법사 같아요!

#3

“으앗, 짜!”

무심코 혀에 대본 바닷물 맛이 깜짝 놀랄 만큼 짜서 해운이는 꼭 친구에게 골탕 먹은 기분이에요.

“어? 저기 줄 맞춰 움직이는 것들이 있어.”

멀리 까만 점들이 보여 다가가 보니 작은 게들이 나란히 옆으로 걷고 있어요.
썰물이 빠져나간 바위 사이에는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물고기들이 파닥파닥 뛰어올라요.
행여나 밟지 않도록 해운이는 조심조심 까치발을 들고 걸어요.

“어디서 자꾸 도란도란 말소리가 들려요!”

사그락사그락! 속닥속닥! 아기 게가 영차영차 발을 떼는 소리, 바닷새가 지저귀는 소리,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
귀를 기울이면 아주 작은 소리들이 자꾸만 해운이의 귀를 간지럽혀요. 자연이 속삭이는 말들이 섬에서는 아주 잘 들려요.

“바람이 하는 말을 나무가 듣고, 파도가 하는 말은 갯바위가 듣는대.”

선착장에서 몰래 옷에 묻어온 도깨비풀은 오늘 하루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요?
새로운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건 정말 설레는 일이에요!

#4

“오직 이 섬에서만 볼 수 있는 나무를 보러 가자!”

바닷바람에 맞춰 자라기 때문에 다른 나무들과는 모습이 다르대요.

“이 나무는 섬의 보물이야. 그리고 오늘 섬에서 경험한 모든 것들은 해운이의 소중한 보물이 될 거란다.”

바다에서 불어온 보드라운 바람결에 꽃잎들이 떨어지지 않으려 입을 앙다물고 떨고 있어요.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뭇가지마다 여린 잎들이 새순을 돋우려 안간힘을 쓰고 있단다. 이렇게 온 힘을 다해 살아내는 생명들을 우리도 정성껏 지켜줘야 해.“

#5

“이 언덕의 주인은 바람이야.”

해안가 언덕 위를 걸어 올라가다 보면 꼭 바다 위 하늘을 걷는 기분이 들어요.
하늘과 눈높이를 맞추고 발아래 바다를 내려다보니 마치 탐험에 나선 비행사가 된 것 같아요.

“언제부터 저 자리에서 말 걸어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던 걸까?”

바위 틈새로 들락거리는 작은 생명들과 새 친구가 되는 동안,
해운이 마음의 키도 한 뼘 자라난 것 같아요. 무심코 지나쳤던 자연 속 생명들에게 이름을 붙여주니,
언제든 다시 찾아와 정답게 말 걸 친구가 생긴 것 같아요.

“우와! 파도 무지개다!”

바람이 일으킨 물보라마다 아름다운 무지개가 피어났어요.
노을이 바다를 붉게 물들이기 시작하면 섬은 숨겨둔 오색 보석을 천천히 꺼내 보여줘요.
“오늘 하루도 잘 놀았다”고 도닥여주는 자연의 선물이에요.
하늘과 바다와 땅이 맞닿은 꿈같은 섬 여행을 뒤로하고 돌아오는 길.
해운이는 가슴에 넓은 바다를 담았어요. 자꾸만 배 곁을 맴돌며 따라오는 바닷새들이 마치 잘 가라고 인사하는 것 같아 해운이도 손을 크게 흔들어요.
그새 정든 갈매기와도 작별인사를 나눴어요.

“안녕, 섬 친구들! 건강하게 다시 만날 때 나를 꼭 기억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