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 Story

섬섬옥수 스케치

우리 국토 최북단
‘늙은 신의 마지막 작품’

백령도

‘늙은 신의 마지막 작품’, 조선시대 선비 이대기의 두무진 예찬은 백령도 전체로 확대해도 무방하다. 두무진뿐 아니라 천연기념물인 사곶 해안과 콩돌 해안, 용틀임 바위와 심청각 등 절경과 명소가 수두룩하고, 점박이물범이 서식한다.
백령도는 산이 둥글둥글하고 들이 넓어 사람 살기에 풍요로운 섬이다.

  • 글, 사진 · 진우석 여행작가

심청각에서 펼쳐진 인당수와 북녘땅

오전 8시 30분, 인천항을 힘차게 출발한 여객선 코리아프라이드호는 3시간 40분쯤 걸려 백령도 용기포항에 닿았다. 짐 옮기는 걸 돕고, 소청도와 대청도에서 화물을 싣는 등 승객의 안전과 섬 경제 활동을 돕는 선사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보기 좋았다.

용기포항에 내리자 물범과 심청이 동상이 반긴다. 그 뒤로 멋진 기암이 우뚝 서 있어 마음이 설렌다. 렌터카를 인수하고 곧바로 드라이브에 나섰다. 인천에서 서북쪽으로 191.4km 떨어진 백령도는 인근 소청도와 대청도와 달리 큰 섬이다. 면적 46.3㎢, 해안선 길이가 52.4㎞나 된다. 따라서 백령도 여행은 개인이면 렌터카를 빌리고, 단체면 육로관광 버스를 타면 된다.

먼저 심청각에 들러보는 게 순서다. 심청각에는 치마를 걷어 올리고 물에 뛰어들려는 심청 동상이 눈길을 뜬다. 심청의 마음을 헤아리면 애잔한 마음이 든다. 동상 뒤로 북녘 땅이 손에 잡힐 듯 펼쳐진다. 심청각과 북녘땅 사이의 거친 바다를 인당수로 추측한다. 판소리 <심청전>에서 인당수는 사람을 제물로 바쳐야 배가 무사히 지나갈 수 있는 깊은 바다다. 심청이 공양미 삼백 석을 구하기 위하여 자기를 제물로 팔아 이곳에 뛰어들었다. 심청각 안에는 심청의 애잔한 이야기가 모형으로 전시되어 있다.

승객의 짐 옮기는 걸 도와주는 선사 직원
심청상 너머 북녘땅이 펼쳐진다. 심청각과 북녘땅 사이의 바다를 인당수로 추측한다.
천년기념물인 콩돌해안. 동그란 작은 돌들과 옥빛 해안이 어우러진다.

백령도를 지키는 장수들, 두무진

백령도 최고 절경인 두무진은 명승 8호로, 국가지질공원과 국가생태관광지역으로도 지정됐다. 횟집 거리를 지나 작은 야산을 따르면 두무진이 나온다. 두무진은 백령도 북서쪽 약 4㎞에 걸친 해안선에 따라 오랜 세월 동안 파도와 바람에 조각한 높이 50여m의 규암 절벽을 일컫는다. ‘장군들이 머리를 맞대고 회의하는 것 같다’고 해서 두무진(頭武鎭)이란 이름을 얻었다.

두무진을 제대로 보려면 해안으로 내려서야 한다. 급경사 나무 계단을 조심조심 따르면, 거대한 절벽이 펼쳐진 해안을 만난다. 절벽의 장대한 규모와 기기묘묘한 형상에 입이 쩍 벌어진다. 절벽은 화강암보다 딱딱한 규암 덩어리인데, 흰색, 회색, 붉은색을 띠며 층층이 쌓여 있다. 오랜 세월 파도와 바람은 규암 덩어리를 선대바위, 코끼리바위, 물범바위, 병풍바위 등으로 조각했다. 1612년 이곳을 둘러본 조선시대 선비 이대기는 ‘늙은 신의 마지막 작품’이란 절창을 남겼다.

두무진과 함께 장촌포구의 용틀임바위도 들러볼 만하다. 용이 하늘로 승천하는 듯한 모습인 용틀임바위는 하늘을 향해 나선형으로 꼬며 오르는 형상이 가히 일품이다. 주변 바다는 갈매기떼 서식지로 갈매기들이 떼로 합창하는 소리가 장관이다.

두무진으로 내려앉는 서정적인 노을

천연기념물 사곶 해안과 콩돌 해안

백령도의 동남쪽 해안은 본래 하나의 해안인데, 사곶 해안과 콩돌 해안으로 나누어져 있다. 하나는 돌이고 하나는 모래다. 세계에서 두 곳밖에 없다는 천연비행장 사곶 해안은 직경 0.3mm쯤의 가는 모래가 쌓였다. 한국전쟁 당시 유엔군이 활주로로 활용했다고 한다. 이곳 모래는 석영이 주성분인 까닭에 바닷물을 머금으면 단단해진다.

콩돌 해변은 콩처럼 작은 돌이 깔렸다. 알록달록 색깔도 다양하고 반들반들 윤이 난다. 여기서는 콩돌의 노래에 귀를 기울여야한다. 파도가 밀려왔다가 내려가면 울리는 촤르르~ 촤르르~ 소리가 마치 행진곡처럼 경쾌하다.

사곶 전망대에서 바라본 광활한 사곶 해안. 왼쪽은 백령호다.
황해도 전통 음식인 사곶냉면

백령도의 맛, 냉면과 메밀 칼국수

백령도의 대표 음식은 메밀을 사용한 냉면이다. 본래 황해도 땅이라 토박이가 대대로 향토 음식을 지켜냈다. 유명한 냉면 집이 두 곳 있다. 사곶냉면은 돼지 사골로 낸 육수에 메밀이 많이 들어간 면을 쓴다. 그린파크식당은 간판과 이름이 없는 집이다. ‘냉면’이란 간판만 있고, 그린파크모텔 옆에 있어 ‘그린파크식당’이라고 불린다. 이 집은 소뼈와 양지로 국물을 내고 동치미와 섞는다. 백령도에서는 냉면에 까나리 액젓 몇 방울 뿌려 먹는다.

장촌칼국수는 굴이 들어간 메밀 칼국수를 내온다. 할머니들이 해변에서 캐온 자연산 작은 굴을 쓰고, 들깨와 메밀면 덕분에 국물이 시원하면서 텁텁하다. 마치 죽처럼 술술 넘어가는데, 해장이나 쓰린 속을 달래는데 탁월하다. 찹쌀가루와 메밀가루로 반죽한 떡에 신김치를 넣어 찐 음식인 짠지떡을 곁들여 먹으면 더욱 좋다.

Travel Information

교통

  • 인천 선착장 :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인천 중구 연안부두로 70)
  • 인천 → 백령도 : 8:30(코리아프라이드), 12:30(코리아프린세스) 3시간 40분 소요
  • 백령도 선착장 : 인천 옹진군 백령면 진촌리
  • 인천 → 백령도 : 7:00(코리아프린세스), 13:30(코리아프라이드) 3시간 40분 소요

※ 가보고 싶은 섬 island.haewoon.co.kr에서 예매 가능

운임

  • 7, 8월 성수기 중에는 10% 추가 운임 적용
  • 옹진군은 관광객 50% 할인 적용

    (단, 최소 1박 숙박, 주말은 미적용)

문의

  • 인천 - 백령간 운항선사 : 고려고속훼리㈜ 1577-2891
백령도의 대표 지질 명소인 용틀임바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