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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용 죽겠지?

용용 죽겠지?!

재미로 보는
용 이야기

2024 갑진년. 푸른 용의 해를 맞아 용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들을 모아보았다.

  • 정리 · 편집실

한 · 중 · 일이 상상한 용

시대의 지성 이어령 선생이 쓴 글 가운데 ‘용의 한 · 중 · 일 문화코드’라는 글이 있다. 이 글에서 이어령 선생은 ‘용은 실재하지 않는 상상의동물이지만 동시에 실재하는 동물 이상으로 인간과 무척 가까운 존재’라고 말한다. 예부터 한국과 중국에서는 용을 제왕의 상징으로 여겨 왕의 일상에 용의 이름을 붙이고 왕궁의 장식에 용을 새겨넣거나 위대한 인물의 모계혈통이 용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설정하는 등 수많은 요소를 용과 연결해왔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도 용은 물과 자연현상을 주관하는 신이라 여겨 공경했다. 물리쳐야 할 악의 상징으로 그려지는 서양의 드래곤과 달리 동양의 용은 상서로움을 예견하고 세상을 지혜롭게 돌보는 신성한 존재며, 또한 불법을 보호하고 중생을 제도하는 불교의 수호신으로서 인간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왔다.

용의 형상은 구사(九似)라 하여 사슴의 뿔, 소의 귀, 잉어의 비늘, 매의 발톱, 호랑이의 발바닥 등 현실에 존재하는 아홉 동물을 닮은 것으로 묘사한다. 이와 같이 서로 다른 짐승들을 융합시키고도 이질감 없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가공의 존재인 용은 실재하는 동물에게 허락되지 않는 완연한 조화의 결정체이자,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 속에서 복잡하게 요동치는 수많은 지식과 정보를 융합하고 이끌어나갈 수 있는 진정한 덕의 상징이기도 하다.

풍요와 신성함의 상징

용은 물을 주관하는 신으로 표현된다. 산신(山神)인 호랑이가 힘을 발휘할 수 없는 물속에서 용은 무엇보다도 강력한 수신(水神)의 위용을 떨친다. 비와 구름을 주관하는 존재가 다름아닌 용왕이라고 믿었기에 사람들은 용담이나 용소 등 용의 이름이 붙은 장소에서 기우제를 지내고, 해변에 제물을 차려 용왕굿을 지내고 용을 그려 물에 띄워보내는 등의 방식으로 풍어와 풍농을 기원했다.

신화 속의 용은 대개 건국주의 위대함과 그 혈통을 이어받은 왕족의 신성함을 강조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제왕의 상징이자 신격 존재며 실존하지 않는 동물이기에 일반적인 감상용 그림에서는 많이 다루어지지 않았고, 사찰과 왕실 건축물을 장엄하게 치장하기 위한 벽화나 주술적 의미를 지닌 민화의 형태로 주로 등장했다.

다양한 콘텐츠 속 용

이처럼 용은 풍요와 신성함을 상징해온 동물이다. 이러한 용의 상징성은 현대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주술적 의미로 사용되던 것과 달리 현대에서는 보다 다양한 형태로 우리 현대인들에게 친숙한 이미지로 자리잡았다.

청룡이라고 하면 가장 익숙한 단어는 바로 ‘좌청룡 우백호’다. 양쪽에 든든한 아군이나 동료가 있을 때 흔히 쓰는 표현이지만 이는 풍수지리에서 유래된 말이다. 사신사구조(四神砂構造)라는 명당의 조건 중 하나로, 지형의 생김새를 ‘좌청룡 우백호 남주작 북현무’라고 빗대어 표현한 사례다.

또 푸른 용이라고 하면 ‘푸른 눈의 백룡’이 떠오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는 세계적으로 히트를 쳤던 애니메이션 <유희왕>에 등장하는 카드로, 인기가 없었던 만화를 단번에 세계적인 히트작으로 끌어올린 상징적인 콘텐츠로 회자되고 있다.

이처럼 우리 삶 속에서 다양하게 인용되면서 실존하는 동물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용.

풍요의 상징인 만큼 2024년은 더 풍요롭고 행복한 한 해가 되길 기원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