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 Story

섬섬옥수 스케치

한려해상 끝자락
연화열도에 핀 꽃
욕지도(欲知島)

통영 남서쪽 한려해상 끝자락에 욕지도가 있다. 연화도, 두미도, 초도, 상·하노대도, 우도, 갈도를 포함해 39개 섬으로 이루어진 연화열도를 대표하는 섬이다. 욕지도는 이름부터 범상치 않다. ‘바랄 욕(欲)’에 ‘알 지(知)’를 쓰는데, 뜻을 풀어 보자면 ‘알려 하거든’이다. 2024년을 ‘알려 하거든’ 욕지도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대기봉 전망대에서 일출 맞으며 알찬 새해 계획을 세워보자.

  • 글, 사진 · 진우석 여행작가

삼덕항에서 카페리호 타고 욕지도로

욕지도 가는 배는 삼덕항에서 타는 게 좋다. 1시간이면 다른 섬 경유하지 않고 직통으로 욕지도에 닿는다. 삼덕항에서 시간 여유가 있으면, 삼덕위판장을 어슬렁거려 보자. 겨울철 싱싱한 활어들을 놓고 경매사들이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이 재미있다.

영동해운(주)에서 운영하는 카페리호에 몸을 실었다. 배가 출발하면 갈매기의 쇼가 시작된다. 사람들은 삼삼오오 2층 갑판에 모여 새우깡을 던져준다. 손가락으로 잡은 새우깡을 귀신같이 채가는 모습은 언제 봐도 경이롭다. 던져준 걸 날아가면서 덥석 받아먹는 기술도 놀랍다.

한바탕 갈매기 쇼가 끝나면, 한려해상의 수려한 바다 위에 흩어진 크고 작은 섬을 구경할 차례다. 연화도와 우도, 두미도 등 큰 섬들과 납도, 막도, 사이도, 봉도, 적도 등 작은 섬들이 한바탕 어우러진 풍경 덕분에 뱃길이 지루하지 않다. 뱃머리 앞으로 욕지도가 등장하면 마음이 콩닥콩닥 뛴다.

욕지도는 1,000여 가구에 2천여 명의 주민이 산다. 면적은 14.5㎢, 해안선의 길이가 31㎞로 우리나라에서 48번째로 큰 섬이다. 욕지항은 복주머니 모양으로 높은 산에 둘러싸인 천혜의 항구다. 욕지도 여행은 욕지도 숲길을 따르는 2개의 출렁다리 트레킹과 섬 일주 드라이브로 나눌 수 있다. 차가 없으면 덜컹거리는 순환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오전 삼덕항 위판장에는 치열한 경매가 열린다.
대기봉 전망대에서 본 욕지도. 수려한 해안과 욕지항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절벽 펼쳐진 남쪽 해안의 욕지도 숲길

먼저 트레킹에 나선다. 욕지도는 북쪽인 욕지항과 남쪽 해안이 완연하게 다르다. 북쪽은 섬들이 파도를 막아내 잔잔한 호수 같지만, 남쪽 해안은 망망대해의 거친 파도를 온몸으로 받아낸 덕분에 깎아지른 절벽과 바위들로 절경을 이룬다. 2개의 출렁다리는 남쪽 해안에 있다.

순환버스를 타고 모노레일 정류장에 내린다. 여기부터 해안을 따르는 숲길이 시작된다. 모노레일 정류장에서 두 개 출렁다리를 거쳐 욕지항으로 내려오는 숲길은 약 2㎞, 1시간쯤 걸린다. 모노레일은 재작년 탈선 이후 운행하지 않는다. 정류장에서 해안을 따르면서 걷기가 시작된다. 암반에 난 길을 따르면 첫 번째 출렁다리가 나온다. 거센 바다를 맨몸으로 맞는 절벽에 출렁다리가 걸렸다. 출렁다리 아래 거센 물살을 바라보면 오금이 저린다. 잠시 바위에 앉아 바다 멍을 즐긴다. 푸른 바다에 햇살이 부서진다. 반짝반짝 빛나는 바다가 아름다워 눈이 멀 것만 같다.

해안을 따르는 오붓한 숲길은 욕지도의 보물이다. 모퉁이를 돌 때마다 나타나는 바다를 친구 삼아 걷는 맛이 일품이다. 20분쯤 가면 두 번째 출렁다리에 닿는다. 출렁다리 아래에서 올려다보니, 마치 하늘 높이 걸린 것 같아 아찔하다. 출렁다리에서 내려오면 곧 욕지항에 닿는다.

다음 날 이른 아침, 일출을 보기 위해 길을 나섰다. 일출은 천황봉보다 대기봉 전망대가 더 낫다. 산행 부담이 적고, 전망대에서 조망이 넓게 열리니 굳이 천황봉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 헤드랜턴 켜고 조심조심 오른다. 산길은 잘 나 있어 어렵지 않다. 30분쯤 올라 대기봉 전망대 닿았다. 하늘에서 시나브로 어둠과 빛이 몸을 섞는다. 이윽고 욕지도 위의 초도 넘어 먼바다에서 불덩이가 방긋 고개를 내민다. 주변 사람들이 두 손을 모아 소원을 빈다. 나도 소원을 빌며 ‘모두 잘될 거야. 새해 2024년에는 모든 게 술술 풀릴 거야’ 하며 주문을 걸었다.

첫 번째 출렁다리 앞 바다에서 두 척 어선이 협동해 고기를 잡고 있다.
해변 절벽에 놓인 첫 번째 출렁다리

욕지도는 북쪽과 남쪽 해안이 완연하게 다르다.
남쪽 해안의 출렁다리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아름다운 풍광이 눈을 사로잡는다.

순환버스 타고 섬 한 바퀴

다시 새천년기념공원으로 내려왔다. 이곳 전망대의 조망이 제법이다. 어제 다녀온 2개의 출렁다리와 그 오른쪽의 펠리컨바위가 펼쳐진 멋진 조망을 즐길 수 있다. 새천년기념공원 앞에서 순환버스를 탔다. 섬을 시계방향으로 돌아 욕지항에 내리면 된다.

삼여전망대 쪽에서 욕지도의 자랑인 삼여가 눈에 들어온다. 세 바위가 섬처럼 떠 있는데, 삼여(三女)는 세 명의 여자를 뜻한다. 용왕에게 세 딸이 있었는데, 900년 묵은 이무기가 변한 마을의 젊은 총각을 연모했다. 이를 안 용왕이 화가 나딸을 돌로 만들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삼여전망대는 1977년 윤정희와 이대근 배우가 주인공으로 나온 영화 <화려한 외출>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유동마을과 덕동마을을 지나면 도동마을에 닿는다. 도동마을 멀리 크고 작은 섬들이 아련하게 펼쳐진다. 버스에서 내리고 싶은 마음을 꾹 눌렀다. 이윽고 버스는 모퉁이를 크게 돌아 욕지항에 닿았다. 욕지항을 둘러보면서 여행을 마무리 한다.

동항리에 자리한 욕지항은 욕지도의 중심이다.
욕지도 도동 앞바다의 참치 양식장. 청정 바다 덕분에 욕지도에서는 참치와 고등어를 양식한다.
욕지도 절경인 삼여 뒤로 장대한 일출이 떠오른다.

Travel Information

교통

  • 삼덕항 : 경남 통영시 산양읍 삼덕리
  • 삼덕항 → 욕지도 : 06:45, 08:30, 10:00, 11:00, 13:00, 14:00, 15:30 (소요시간 55분)
  • 중화항 : 경남 통영시 산양읍 연화
  • 중화항 → 욕지도 : 06:20, 08:00, 09:20, 10:40, 12:20, 13:40, 15:10 (소요시간 50분)
  • 통영항 : 경남 통영시 통영해안로 234
  • 통영항 → 욕지도 : 06:55, 11:00, 15:00

운임

  • 삼덕/중화 : 성인 : 7,600원 / 청소년 : 6,000원 / 소인 : 3,800원 / 경로 : 6,000원
  • 통영 : 성인 : 12,400원 / 청소년 : 11,300원 / 소인 : 6,200원 / 경로 : 10,100원

문의

  • 삼덕 > 욕지도 : 영동해운 055)643-8973
  • 중화 > 욕지도 : 욕지해운(주) 055)649-2045
  • 통영 > 욕지도 : (주)대일해운 055)641-6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