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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海 이야기
여기, 가봤섬?

바다를 품은 산, 산을 껴안은 바다 옹진 자월도

자월도에는 전국적인 명성을 누리는 관광지는 거의 없지만, 조개잡이나 백패킹, 등산이나 트레킹을 즐기려는 사람의 발길이 사계절 내내 이어진다. 장골해변, 큰말해변 등을 비롯한 여러 해변이 즐비한 자월도는 여름에는 조개잡이나 해수욕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외지인들도 바지락, 고동, 굴 등의 어패류를 마음껏 잡을 수 있다. 요즘 같은 겨울철에는 섬 산행지로 인기 있다. 최고봉인 국사봉은 산세가 부드럽고 줄곧 바다가 보이는 산길이 이어져 겨울임에도 속 시원한 느낌마저 안겨준다. 이번 겨울, 옹진 자월도로 떠나보자.

글·사진 _양영훈 여행사진작가

독바위 상공에서 바라본 장골해변 전경
  • 하늬깨해변에서 바라본 목섬 구름다리
  • 자월1리의 다싯물선착장. 왼쪽에 큰말해변이 보인다.
자월도(紫月島)의 유래

겨울 아침의 하늘이 새파랗다. 모처럼 만에 미세먼지 하나 없이 청명하다. 서슬 퍼런 한기에 코끝이 알싸하다. 바다 물결이 제법 거친데도, 자월도행 카페리호는 제시간에 맞춰 대부도 방아머리선착장을 벗어났다. 카페리호의 첫 번째 경유지는 자월도이다. 배는 방아머리선착장을 떠난 지 1시간 만에 자월도의 관문인 달바위선착장에 도착했다. 겨울철에는 섬을 찾는 사람이 지난 계절만 못하다. 배에 오르내리는 사람도 한둘뿐이다. 삭풍이 불어대는 선착장은 인적이 줄어서 더 춥고 스산했다. 자월도 달바위선착장에서는 붉은 반달 모양의 조형물이 맨 먼저 눈에 띈다. ‘붉은 달’이라는 뜻의 자월도(紫月島) 지명을 표현한 것이다. 이 지명의 유래에 대한 설은 여러 가지지만, 대표적인 설은 조선시대 관리 이야기다. 조선시대에 남양부의 한 관리가 세금을 걷으러 이 섬에 왔다가 악천후로 뱃길이 끊겨 며칠 동안 유배객이나 다름없는 처지가 되었다. 어느 날 밤에 고향 쪽의 바다를 망연히 바라보고 있을 때 검붉은 빛깔의 보름달이 두둥실 떠올랐다고 한다. 그 뒤로 ‘자월도’라 불리게 됐다고 전해온다. 선착장의 왼쪽 길가에는 작은 어선을 타고 홀로 조업하는 어부 조각상이 세워져 있다. 근처에 있는 열녀바위와 지네바위에 이 어부와 관련된 이야기가 전해온다. 먼 옛날에 고기잡이를 나간 자월도의 한 어부가 사흘이 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남편이 돌아오기를 애타게 기다리던 아내는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남편을 수소문했다. 그러던 중에 이곳 바닷가의 바위 밑에서 커다란 지네가 남편을 물고 있는 광경을 목격했다. 너무 놀란 아내는 그 자리에 쓰러져 정신을 잃고 말았다. 한참 만에 깨어난 어부의 아내는 지네에 물린 남편이 이미 숨졌다는 사실을 알고 바위에 올라가 바다로 몸을 던졌다. 그때 지네가 숨어 살던 바위가 지네바위, 어부의 아내가 몸을 던진 바위가 열녀바위라고 한다.

  • 목섬과 이웃한 어릿골해변의 겨울 풍경
  • 천혜의 자연조건과 각종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장골해변의 캠핑 사이트
사시사철 찾기 좋은 섬 산행지

요즘 같은 겨울철의 자월도에는 등산 동호인이나 걷기 여행자들의 발길이 간간이 이어진다. 남녀노소 누구나 어렵지 않게 산행과 트레킹을 즐길 수 있어, 오래전부터 사시사철 언제 찾아가도 좋은 섬 산행지로 알려져 있다.
섬 전체의 면적이 7.26km²(약 220만 평), 해안선의 길이가 총 20.4km에 불과한 덕으로, 느긋하게 4~5시간 정도만 걸어도 최고봉인 국사봉(166m)을 포함해 자월도의 대표 명소들을 둘러볼 수 있다. 걷는 길의 거리도 10km 미만이다. 달바위선착장에는 배 도착시간에 맞춰 늘 공영버스가 대기한다. 버스를 타는 대신 두발로 찬찬히 걸어서 섬을 둘러보기로 했다. 먼저 자월동로를 따라 목섬으로 향했다. 30여 분 동안 지나온 길과 마을은 한적했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나 혼자만의 시간을 누릴 수 있었다. 고사리골과 동촌마을을 지나 야트막한 고개를 슬그머니 넘어서면, 자월도 북쪽 해안에 자리한 하늬깨(하늬포)마을에 들어선다. 이 마을 앞바다에 목섬이 떠 있다. 하루 두 번씩 열리는 바닷길로 걸어갈 수가 있는 섬이다. 이제는 길이 약 70m의 구름다리까지 놓여 있어 무시로 드나들 수 있게 되었다.
바닷가를 뒤로하고 산길로 접어들었다. 국사봉은 길이 뚜렷하고 산세가 부드럽다. 누구나 산책하듯 가볍게 오르내릴 수 있다. 길을 에워싼 나무들도 잎을 모두 떨군 덕택에 바다 쪽의 조망이 거침없다. ‘바다를 바라보며 걷는 산길’은 국사봉 등산로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이다. 어느새 국사봉 중턱을 한 바퀴 도는 임도를 지나 산꼭대기에 올라섰다. 가뿐하게 정상에 도착한 것이다. 옛날 봉수대가 자리했던 국사봉 정상의 정자에 올라서니 사방으로 열린 시야가 시원스럽다. 머리 위의 높은 하늘에는 인천공항을 드나드는 비행기들이 수시로 나타났다 사라진다.

벚꽃 만발한 봄날을 기약하며

하산 길은 면사무소가 있는 큰말 쪽으로 잡았다. 느긋한 소걸음으로 걸어도 30분이 걸리지 않았다. 국사봉 일대의 임도와 왕복 2차선의 해안도로에는 벚나무 가로수가 줄지어 늘어서있다. 자월도의 벚꽃은 같은 위도의 육지에 비해 7~10일 정도 늦게 핀다고 한다. 해마다 조금씩 달라지긴 하지만 대략 4월 20~25일쯤이 개화 절정기이다. 자월도 풍광이 가장 아름다운 때도 그즈음이라고 한다. ‘벚꽃 피는 봄날에 기필코 다시 자월도를 찾으리라.’고 다짐하며 장골해변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장골해변은 자월도 최고의 관광명소로 손꼽힌다. 길이 1km, 너비 400m의 백사장이 반달 모양을 이루는 해변이다. 백사장 뒤편에는 아담한 솔숲이 형성돼 있고, 백사장의 서쪽 끝에는 나막신처럼 생긴 ‘독바위’가 떠 있다. 밀물 때에는 뚝 떨어졌다가 썰물 때에는 좁은 모래톱을 통해 장골해변과 이어진다. 썰물 때마다 광활하게 드러나는 장골해변의 갯벌은 바지락, 고동, 소라 등을 채취할 수 있는 무료 갯벌체험장이다. 장골해변은 솔숲, 백사장, 갯벌체험장 등 천혜의 자연조건에다 화장실, 급수대, 그늘막 등의 인공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파도소리와 솔 향기를 벗 삼아 캠핑을 즐기기에 최적이다. 북풍한설 몰아치는 겨울철 주말에도 알록달록한 텐트 몇 동이 들어서기도 한다. 하룻밤쯤 묵을 작정으로 장골해변의 반쯤 누운 소나무 아래 텐트를 설치했다. 한낮의 햇살 아래 반짝이는 바다 빛깔이 더없이 찬란했다. 술 한 모금을 마시지 않았어도 저절로 취할 만큼 눈앞의 풍광이 아름다웠다. 하지만 바람과 파도의 기세가 점점 높아지기 시작했다. 적잖은 아쉬움이 남지만 배가 끊길까 걱정돼 서둘러 텐트를 접고 배낭을 꾸려서 선착장으로 향했다. 벚꽃 만발한 봄날을 기약하며.

info

인천 연안부두에서는 자월도행 쾌속선이 1일 2회(08:30, 14:00), 카페리호가 1회(07:50) 출항한다. 안산 대부도의 방아머리선착장에서는 1일 1회(09:00) 출항한다. 자월도 내에서는 공영버스가 배 시간에 맞춰 운행한다. 자월도에는 펜션이나 민박, 식당이나 횟집 등이 많다. 하지만 겨울철에는 문을 닫는 곳이 적지 않으므로 미리 확인해야 한다.

옹진 자월도로 떠나요~ | START! 달바위선착장 자월도선착장 어부상 목섬,구름바위 국사봉 자월면사무소 볕난금해변 진모래해변
    국사봉
    사방으로 시야가 훤히 트인 국사봉 정상의 국사정
    국사봉 정상의 팥배나무 열매와 창공을 비행하는 여객기
    장골해변
    자월1리의 다싯물선착장. 왼쪽에 큰말해변이 보인다.
    장골식당의 조기찌개백반
    달바위선착장
    자월도 달바위선착장의 전경. 붉은 반달 모양의 조형물이 인상적이다.
    열녀바위와 지네바위의 전설을 간직한 어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