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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海 이야기
바다기담

울릉도에
전해 내려오는
해양설화

우해왕과 풍미녀

우해왕은 기운이 장사요,
신체도 건장했으며
바다를 마치 육지처럼
주름잡고 다녔다.
당시 울릉도는 작은 나라였지만
근처의 어느 나라보다도
바다에서는 강했다.

자료참조 _바다기담

지금의 울릉도를 옛날 신라 시대에는 우산국이라고 불렀다. 우산국이 가장 강성했던 때는 우해왕이 다스릴 때였다.
우해왕은 기운이 장사요, 신체도 건장했으며 바다를 마치 육지처럼 주름잡고 다녔다. 당시 울릉도는 작은 나라였지만 근처의 어느 나라보다도 바다에서는 강했다.
이때 우산국에 와서 가끔 노략질을 하는 왜구들이 있었다. 이들의 본거지는 주로 대마도였다. 우해왕이 하루는 화가 나서 군사를 거느리고 왜구의 본거지를 찾아 대마도까지 갔다. 우해왕이 직접 군사를 이끌고 오자 대마도의 왕은 놀라서 뛰어나와 그를 맞았다.
“앞으로는 더 이상 우산국에 침범하는 일이 없도록 하시오.”
“물론입니다. 여기까지 오셨으니 부디 편안하게 머물다 가십시오.”
대마도 왕은 우해왕을 극진하게 대접하고 앞으로는 우산국을 침범하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써서 바쳤다. 우해왕은 이 각서에 만족해서 대마도에 며칠을 머물렀다.
푸짐하게 대접을 받은 후 우해왕은 마침내 떠나려고 대마도 왕을 찾아 인사를 했다.
“고맙소. 앞으로는 서로 사이좋게 지냅시다. 푸짐한 대접을 받아서 고맙기 한이 없고. 나는 내일이면 이제 우산국으로 돌아가겠소.”
그렇게 말을 하는데 대마도의 왕이 뭔가 할 이야기가 있는 것처럼 주저하는 것이었다. 우해왕도 이것을 알아채고 재촉했다.
“할 말이 있으면 해 보시오.”
“실은 저에게 딸이 셋 있사온데, 그중에서도 셋째 딸이 인물이 곱고 마음씨도 뛰어납니다. 풍미녀라고 하온데, 이 아이가 우해왕을 따라가고 싶어 합니다.”
우해왕은 뜻밖의 이야기에 깜짝 놀랐다.
“그건 생각지도 못한 일이오만.”
“그 아이가 우해왕을 뵙고부터는 왕을 모시며 충성을 다하겠다고 굳게 마음먹고 있습니다. 만약 왕이 데려가지 않으시면 굶어 죽겠다고까지 말하고 있으니 부디 함께 데려가 주십시오.”
“그렇게까지 마음이 굳었다니 어쩔 수 없구려. 그러면 염치 불구하고 내가 데려가도록 하겠소.”
우해왕은 풍미녀를 우산국으로 데리고 돌아왔다.
풍미녀의 아름다운 용모와 단정한 마음가짐에 반한 우해왕은 우산국으로 돌아오자마자 풍미녀를 왕후로 삼았다.
우산국 백성들은 우해왕과 풍미녀를 기꺼운 마음으로 받들었다.
그러나 풍미녀가 왕후가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백성들은 왕이 달라졌음을 깨달았다. 전 같으면 왕은 백성들의 생활부터 걱정했을 텐데, 풍미녀를 왕후로 앉힌 후부터는 사치를 좋아하게 된 것이었다.
왕은 풍미녀가 원하는 것이라면 뭐든지 들어주려고 하여, 우산국에서 구하지 못할 보물을 풍미녀가 가지고 싶어 하면 신라에까지 신하를 보내 노략질을 해오도록 하였다. 신하 중에서 부당한 일이라고 항의하는 자가 있으면 당장 목을 베거나 바다에 처넣었으므로, 신하들조차 바른 말을 하지 못하고 백성들도 우해왕을 겁내기 시작했다.
풍미녀는 기고만장하여 더욱 사치하게 되었다.
“나라가 어찌 되려고.”
“풍미녀는 하늘이 내려보낸 마녀인가 보다.”
“왕이 달라졌으니 이제 우리 운명도 끝이구나.”
이런 흉흉한 소문이 사람들 사이에 떠돌았다.
이런 와중에 신라가 쳐들어온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용감한 신하 한 사람이 우해왕에게 나가 이 소문을 말하였다.
“전하, 신라가 쳐들어온다고 하니 준비를 하셔야 합니다.”
“시끄럽다! 감히 왕의 마음을 불안하게 하다니, 이런 불충한 자를 보았나!”
우해왕은 당장에 그 신하를 바다에 처넣고 왕의 마음을 불안하게 하는 자는 모두 죽일 것이라고 선포했다. 이 꼴을 본 올바른 신하들은 전부 다 왕의 곁에서 떠나고 아부를 일삼는 자들만이 왕의 곁에남았다.
그리하여 풍미녀가 왕후가 된 지 몇 년 만에 우산국은 망하고 말았다고 한다.

신하 중에서 부당한 일이라고
항의하는 자가 있으면
당장 목을 베거나 바다에 처넣었으므로,
신하들조차 바른 말을 하지 못하고
백성들도 우해왕을 겁내기 시작했다.